
가을하면 가장 먼저 노오란 은행나무잎과 빨간 단풍잎이 떠오른다. 부석사로 오르는 노란 은행나무길은 유난히 샛노란 물감을 들인듯,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부석사로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부처님이 계시는 부석사를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속세의 번잡한 생각이 어느 순간 멈추게 되고 길 양 옆으로 마주보고 당당하게 서있는 은행나무길를 따라 오르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가을의 한 가운데서 부석사 은행나무길을 걷노라면 마치 티없는 소녀의 마음이 되어 노란 은행나무잎 한 움큼 흩뿌리며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몸둥이를 밟고 지나간 자동차바퀴 따라 일어서던 도로위 은행나무잎과는 사뭇 다르다.
살짝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도 노란나비처럼 흩날리는 노란은행잎은 금방 황토길 바닥을 노란 융단으로 덮어버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가을 행락객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는 마치 극락의 아름다운 노래가락처럼 부석사 경내를 휘감고 지나간다.
길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펼쳐져 있고 그 길은 대체로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 길위에서 헤매다 한 참이나 돌아 자기만의 길을 찾기도 하고 그 길의 종점을 알지 못하고 헤매기도 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할지라도 아주 가끔 부석사 은행나무길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느껴보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