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뭔데... 타협안의 가짓수를 정하며.. 사람을 조롱하나???
여기 막심 고리끼의 글 한대목 읽어 보시오...
"그래, 늘 이렇게 돌아다닌단 말이지? 자넨 꽤 쓸 만한 팔자를 타고 났군, 친구.
그것으로 족한 걸세.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보고, 실컷 봤다 싶으면 죽고---그게
전부야!"
"인생? 다른 사람들?"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는 말에 대한 나의 반반을 의심스럽게 듣고 나서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네가 살고 있는 건 인생이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 말인데, 그들은 자네 없이도 잘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걸세. 도대체 자네가 누군가에게 진정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닥 생각하나? 자넨 빵도
아니고 지팡이도 아니야. 자네가 없으면 살 수 없을 만큼 자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네."
"자넨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또 가르쳐야 한다고 믿고 있는
모양인데, 말해 보게,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자넨? 아니야, 그건 불가능해. 먼저 자네 머리카락이 허옇게 센 다음에나
누군가에게 무언가 가르칠 궁리를 해 보는 게 나을 걸세. 도대체 누구에게 무얼
가르친단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다 저 할 일을 알고 있는 터에. 조금 지혜로운
자는 있는 것을 얻고, 보다 어리석은 자는 얻지 못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이라네."
"자네 같은 인간들이야말로 가소로운 족속이지. 한 굴에 모이기만 하면 으르렁거
리며 싸울 궁리들이나 하고 앉았으니---세상은 이렇게 넓은데도 말이야."
그는 초원을 향해 팔을 휘둘러 보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일을 하지. 무엇 때문에? 그리고 누굴 위해서? 그건 아무도 모
르는 거야. 땅을 일구는 사람을 보고 자네는 생각할 테지. 그는 자신의 땀을 모조리
땅에 쏟아 버리고, 이윽고는 땅에 쓰러져, 그 속에서 썩고 말것이라고, 그에게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태어나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바보인 채 죽고 말
것이라고."
"어째서 그래야 하지? 땅을 파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자신의 무덤도 파지 못한
채 죽어가야 하다니? 그는 자유라는 걸 알았을까? 초원의 광대함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파도치는 초원의 속삭임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는 태어날
때부터 노예였고, 평생을 노예로 살다가, 노예로서 죽어가는 거야. 그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설사 조금 영리한 인간이라 해도 제 손으로 저
자신을 해치는 짓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을거야."
"이것 보라구, 나는 쉰여덟 해를 살아 오는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보았다네. 그
걸 모두 종이에 적는다면 자네가 갖고 있는 그런 배낭이 천 개쯤 있어도 다 담을
수 없을거야. 어디, 말해 보게. 내가 가 보지 않은 곳이 있는지? 아마 말할 수 없을
걸?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니고---그래, 그게 전부야. 한곳에 오래 머물러선 안 돼.
거기서 무얼 더 얻겠다고? 낮과 밤이 서로 쫓고 쫓기듯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처럼, 자네도 삶의 온갖 근심으로부터 도망쳐야 해. 삶에 싫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그 길밖에 없다구.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버릇은 쉽사리 생활에 권태를 느끼게
하지. 그렇고말고 말고 내게도 그런 적이 있었다네, 친구. 그랬다니까."